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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W.00 결혼 준비 시작! (+결혼 결정까지의 이야기)

2016년부터 시작된 7년의 연애 기간과 함께.. 

2022년, 드디어 결혼 준비 시작!

 

 

 

결혼 결정까지의 기나긴 이야기

사실 결혼 결정의 과정은 그렇게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언제나 지나치게 신중하고 결정이 느린 나를 기다려준 남자친구에게 감사하며 기나긴 결정의 나날들에 대하여 조금 적어본다.

 

1. 2016년 봄, 7년의 연애 시작.

 대학원 동기에서 연인사이로 발전하며 만나기 시작한 나와 남자친구는 현재까지 무려 7년간의 연애를 이어오고 있다. 학과 시절에는 인사정도만 하고 지내는 선후배 사이었지만 대학원 입학 시기가 같아 여러모로 도움을 주고 받던 중에 한 수업을 계기로 조금씩 가까워지게 되며 사귀게 되었다. 전공도 취미도 비슷하고 서로 닮은 점이 많아 편안해서였을까, 연애 초기부터 왠지 언젠가 결혼을 한다면 이 남자랑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한 해 한 해 시간이 더해질 수록 둘 다 그 생각이 조금씩 더 확고해졌다. 하지만 언제나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라는 것을..

 

2. 2018년 겨울, 남자친구의 프로포즈 (+1차 보류)

 2년 반의 연애 기간 후 맞이한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 맛있는 저녁을 먹고 자주 가던 카페에 가서 서로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을 하던 그 날. 나는 늘 보내던 대로 가벼운 마음으로 간 데이트에서 프로포즈를 받고야 말았다(?). 내가 꿈꿔왔던 담백하고 진솔한 프로포즈였고 함께 주었던 예쁜 팔찌와 2년의 모습이 담긴 사진첩도 고마웠지만 사실 그 보다 더 강하게 들었던 감정은 정확히 '무거움' 이었다.  결혼에 대해서 그 간에는 막연하게 우리가 뭔가 일이 생겨서 헤어지지 않는다면 나중에 이 남자랑 결혼하지 않으려나? 이 남자와 함께 그리는 미래, 꽤 괜찮을지도? 정도의 라이트한 생각들이었는데. 물론 남자친구도 결혼을 바로 당장 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는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며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하자고 그리고 1-2년 내로 결혼을 하자는 남자친구의 명쾌한 프로포즈에 솔직히 완전히 멘탈이 나갔다. 프로포즈를 받는 자리에서는 '네' 라고 대답을 하긴 했지만 사실 대답을 하면서도 머리속이 뒤숭숭했다.

 그렇게 남자친구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결혼에 대한 큰 고민덩어리가 되어 나에게 날아왔고 크리스마스부터 연말, 연초까지 머리를 싸매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혼이란 것 이렇게 어려운 결정이었나, 남들은 어떻게 그렇게 다 결혼을 결정했나, 나는 회사도 들어간지 1년 반 정도밖에 안 됐는데, 이제 막 커리어를 쌓아가기 시작하는데 결혼 후에 이렇게 해야지하는 계획도 아직은 그리고 있지 않았는데, 그리고 결혼 전에 연애에 집중하는 시간을 좀 더 갖고 싶은데.. 긴긴 고민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부끄럽지만 남자친구 앞에서 엉엉 울면서 결혼 시기에 대해서 좀 더 늦춰서 생각해달라는 보류를 요청했다..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라는 말과 '남자친구가 제시한 특정한 결혼 시기'가 아직 준비되지 않은 나에게는 무겁게 다가왔던 것 같다고 얘기했고, 결혼에 대해서 마음의 준비를 충분히 할 때까지 그리고 사회에서의 많은 경험을 쌓아가고, 남자친구의 병역 문제가 끝날 때까지만 좀 더 연애기간을 가지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과 시기를 맞춰 가보기로 했다.

 남자친구는 프로포즈를 하기 전에 많이 고심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얘기를 건넸을텐데 그 마음을 보류시키는 것 같아 미안했지만, 이런 어중간한 마음으로 분위기에 휩쓸려서 내 결혼과 이 사람을 결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프로포즈와 그에 대한 보류가 오가고, 그로부터 1년 후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며 우리는 이 때 결혼 준비를 시작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ㅎㅎ. 우린 그런 많은 변수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기에..

 

몇 시간 후 프로포즈를 받게 될 줄 모르고 마냥 즐거웠던 크리스마스 이브 (오빠 머리 굴리는 중)

 

3. 2021년 봄, 나의 답프로포즈 (+2차 보류)

내가 첫 회사 3년에 이직까지 하며 전보다 많은 경험을 쌓아가던 이 시기. 여전히 내 마음 속에 빚으로 남아있던 결혼에 대한 답을 내려야할 시기가 다가왔다. 남자친구가 보채거나 한 것도 아니었지만 남자친구의 병역 문제가 2020년 하반기에 잘 마무리가 되었기 때문에 그 때부터 나 나름대로의 카운트 다운을 했다. 내가 사람이면 이제는 대답을 해야지. 2년 전 오빠의 마음을 살포시 밀어낸게 마음에 걸려 남자친구에게 답 프로포즈로 결혼에 대한 내 결심을 전하고자 마음 먹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내가 결혼 전에 꼭 이루고 싶었던 꿈과 그 시기가 또 다시 부딪혔다. 30년이 다 되도록 부모님과 함께 살아온 내가 꼭 하고 싶었던 것. '결혼 전 꼭 혼자 자취하기'. 대학원과 첫 회사가 본가에서 도보 이동이 될 정도로 너무나도 가까웠기 때문에 이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계속 시간만 흘러왔다. 하지만 2021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 것이 핑계 변명 대지 않고 꼭 자취하기. 문제는 결혼 전에 자취를 하려면 또 다시 결혼 시기를 미뤄야 하는데, 남자친구에게 또다시 기다려 달라고 하는 것이 너무 미안한 일이라는 것. 연초부터 자취에 대해서 생각은 전했기 때문에 남자친구도 어느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겠지만 또 최소 2년 남짓한 시간을 기다려 달라는 얘기는 쉽지 않았다.

 나의 기우였을까 다행히 자취 10년차 남자친구는 자취 경험은 개인에게 있어 꼭 필요한 경험이라고 나의 꿈을 지지해 주었고 극적 합의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나 우유부단하고 이기적인 여자친구의 두 번의 보류를 견뎌준 인내심 넘치고 사랑스러운 남자친구에게, 답프로포즈를 건네지 않을 수 없었다. 프로포즈에서 받았던 팔찌를 연상하는 남성용 팔찌와 준비한 각종 선물들과 함께 답 프로포즈를 건넸다. 기다려 줘서 고맙다고, 미안하지만 앞으로 조금만 더 기다려 줄 수 있냐고, 그리고 2년 후에는 반드시 결혼하자고.

 

 

4. 드디어 결혼 준비 시작!

가을에 자취를 시작함과 동시에 집 전세 계약 만료 시기가 결정되었고, 그 시기를 기점으로 2023년 여름 경에 결혼 시기를 잡기로 결정하였다.

이윽고 2021년 겨울, 연말을 맞아 양가에 정식으로 소개하는 식사자리를 마련하여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아닌 부모님들께 정식으로 결혼 상대로서 서로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6년 연애 동안 서로의 부모님과 많이 뵈었던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살짝 긴장된 자리었지만 부모님들께서 우리 둘의 모습을 예쁘게 봐주셔서 첫 정식 인사를 잘 드릴 수 있었다.

 

 

이제 2022년! 진짜 결혼준비는 지금부터 시작!